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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프로... 편견을 버려달라

등록일 : 2006-04-10 15:54:17 조회수 : 2002

글쓴이 : 짱이야

“키가 170㎝이상은 돼야 합니다. 예쁘다고 다 되는게 아니고 매력이 있느냐가 중요하죠. 사진을 잘 받아야 하고 ‘끼’가 가장 중요해요.” (레이싱걸 조혜주)
“불과 몇년전만해도 매니아들이 아니면 레이싱걸을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전문분야가 되고 있고 팬카페도 있죠. 경기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어요.” (레이싱걸 홍연실)

“솔직히 노출이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사진 촬영 모델이 돼 준다는 것이 기분 좋아요.” (레이싱걸 이선영)

자동차 경기장에서 관람객이 몰려있는 곳에는 여지없이 레이싱걸들이 있다. 자동차보다 이들에 더 관심이 많은 관람객도 있다. 수십여명이 뒤엉켜 모터스포츠의 ‘꽃’인 레이싱걸 사진을 찍느라고 바쁘다. 때론 자리싸움도 하고 앞선 사람들 틈새로 몸을 좌우로 연신 흔들며 좋은 각도를 찾느라 분주하다.

현재 국내서 활동하고 있는 레이싱걸은 30여명. 팀이나 회사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4명 정도 소속돼 있다. 이들의 역할은 늘씬한 몸매와 시원한 옷차림으로 소속팀과 회사를 홍보하는 것. 그래서 경기장내에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각 팀ㆍ회사 부스 앞, 경기 시작 직전엔 경주차 옆, 그리고 각종 이벤트 행사장 등 3곳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포즈로 언론과 수천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의 사진촬영에 응한다.

레이싱걸은 모터스포츠의 ‘꽃’이 되기 위해 보이지 않게 많은 시간과 땀을 투자한다. ‘누드 촬영’으로 화제를 모은 홍연실(23)씨의 경우 1주일에 6일간, 매일 1시간30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홍씨는 “한달에 1번 있는 경기를 위해 헬스클럽 이외에도 요가, 수영을 하고 피부미용, 맛사지도 받는다”고 말했다. 홍씨는 고교3학년 때인 지난 1999년 잡지 표지 모델과 패션 모델로 활동하던 중 레이싱걸로 데뷔했고 현재 인디고팀 소속이다.

몸매만 따지면 레이싱걸은 선망의 대상이다. 홍씨만해도 키 172㎝에 35-26-36이라는 ‘풍만한 몸매’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실 레이싱걸들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많이 먹는다”고 털어 놓는다. 키 175㎝에 33-24-35인 레이싱걸 조혜주(25)씨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힘든 직업이라 체력 유지를 위해 많이 먹는다”며 “남들이 고기 2인분 먹을 때 5인분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6년째 레이싱걸로 활동 중인 조씨는 현재 인디고팀 소속이다.

자신들의 일에 대해 레이싱걸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은 무엇인가? 홍연실씨는 “대중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조혜주씨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당당해지고 자신있게 변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관중을 끌어들이는 전문분야로 자리잡고 있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예전엔 매니아들 아니면 레이싱걸을 몰랐어요. 레이싱걸 때문에 자동차 경기가 많이 알려진 측면도 있죠. 과거에 10명이 왔다면 이젠 1000여명, 1만명이 오죠.”

일부 레이싱걸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이싱걸 팬클럽은 약 2년전부터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홍연실씨의 팬카페 회원은 1만3000여명이고, 신인인 이선영씨는 단 두 달만에 회원이 3000명을 넘었다. 한국타이어 소속 레이싱걸인 이선영(22)씨는 올 3월 데뷔했다. 나레이터 모델 출신으로 키 171㎝에 36-25-35 몸매다.

레이싱걸의 수입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최정상급일 경우 월 300만~5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는 경기 당일 레이싱걸 수입과 신차 발표회 모델료를 합친 액수다. 레이싱걸은 대부분 모델 출신이다. 잡지나 화장품 모델이 많고 나레이터 모델 출신도 있다. 조혜주씨는 “모델에서 스카우트 되기도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자원자”라며 “제대로 레이싱걸 역할을 하는데는1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따로 레이싱걸 교육을 받는 곳은 없고 대부분 선배들이 지도해 줍니다. 웃는 법, 손을 올리는 방법 등등이죠. 살이 좀 찐 경우에는 1~2달 기한을 주고 다이어트를 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연예계 진출을 노리고 있지는 않다고 한다. 레이싱걸도 준(準)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고 일부는 연예인보다 팬도 더 많지만 메인급 레이싱걸들은 연예인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레이싱걸 매니지먼트사 ‘레이싱 톱’을 운영하는 임종혁 사장은 이와관련 “레이싱걸 중 연예계 지망은 15%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레이싱걸들에게 가장 힘든 것을 물어봤더니 “추위와 더위, 그리고 몸이 아플 때 웃어야 하는 것”이라고 대부분 답했다.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영하에 가까워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야 하기에 입술을 덜덜 떨면서도 웃어야 한다. 한여름 경기때는 35도 폭염 속에서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한다.

노출도 부담이 된다. 이선영씨는 “모 스포츠 신문에 제 사진이 나간 후 알던 사람들이 놀라서 ‘너 맞냐’고 전화를 여러차례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연실씨도 “우리나라에선 지나치게 섹시한 이미지만 강조한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관심과 애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싱걸들은 “편견을 버려달라”고 입을 모았다. 조혜주씨는 “어딜가도 눈에 띄고 노출도 심해 안좋은 인식이 많지만, ‘뻔한 얘들’이라는 편견은 버려달라”며 “우리는 프로의식을 갖고 최고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몰래 사진을 찍어 레이싱걸을 괴롭히는 ‘파렴치한’들은 어떤지 궁금했다. 레이싱걸들은 이구동성으로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 했다. 조혜주씨의 경우 자신의 사진이 성인사이트에 올라간 것을 팬들이 삭제하라고 해서 없어진 경험도 있다. 조씨는 “뒤에서 몰래 찍는 사람이 많았고, 아직도 일부 있지만 팬들이 막아준다”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악용하는’ 사람들은 있다. 임종혁 사장은 “예전에 수도권에 있는 한 룸살롱 전단지에 우리 회사 소속 레이싱걸 사진을 게재한 것을 적발한 적이 있다”며 “재판을 통해 수천만원을 배상 받았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또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남성들의 ‘무리한 요구’가 간혹 있다”고 했다. “모 연예인이 단 둘이 아니라도 좋으니 어울려 맥주라도 한잔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했습니다. 그밖에 마이크를 잡고 행사진행을 맡아달라는 등 레이싱걸 역할과 관계없는 요구도 있고, 드물지만 간혹 술자리에 와달라는 요구도 있었는데 다 거절했습니다.”

- 출처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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